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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임의제출하면 어디까지 보나 ― 대법원이 그은 전자정보 압수의 선

경찰에 낸 휴대폰, 사진·대화·계좌까지 전부 봐도 될까? ― 변호사 최우준

경찰 조사를 받다 보면 이런 요청을 받는 순간이 옵니다. "휴대폰 잠깐 제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영장을 들이미는 것도 아니고, 강제로 빼앗는 것도 아닙니다.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고, 거절하면 뭔가 숨기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건네고, 잠금까지 풀어 줍니다.

그런데 휴대폰은 물건 하나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년치 메시지, 사진, 통화기록, 금융 내역, 위치 정보까지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들어 있습니다. 조사받는 혐의와 아무 상관 없는 정보가 대부분입니다. 휴대폰을 임의로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그 안을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이 2026년 6월, 이 질문에 다시 한 번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7532 판결).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의 상고심에서 나온 판결로, 상고기각으로 확정됐습니다. 이 판결이 정리한 법리는 휴대폰을 임의제출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1. '임의제출'도 압수입니다 ― 그리고 압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임의제출은 '자발적으로 준 것이니 수사기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임의제출된 물건도 법적으로는 압수입니다. 다만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압수일 뿐입니다.

그리고 모든 압수에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사실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휴대폰을 통째로 건네받았다고 해서 그 안의 전자정보 전부에 대한 백지수표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법리의 출발점은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았더라도 전자정보 압수의 범위는 제한되고, 제출자에게는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이때 세워졌습니다. 이번 2025도17532 판결은 그 연장선에서,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와 압수 이후의 문제까지 정리했습니다.

2. 제출 범위가 불명확하면 ― '최소한의 정보'만 압수 대상입니다

휴대폰을 건네는 순간, "어느 범위까지 제출하는 것인지"를 묻고 확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유리해질까요. 대법원은 반대로 판단했습니다.

제출자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인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범위를 확인하지 않았으면 넓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좁게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출의 동기가 된 그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그것을 증명할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정보.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 되어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관련성'도 넓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대법원은 혐의사실과의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요구하며, 단지 동종·유사한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는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3. 다른 혐의 자료를 '우연히' 발견하면 ― 탐색 중단, 그리고 별도 영장

휴대폰을 적법하게 탐색하던 중, 조사 중인 혐의와는 전혀 다른 범죄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수사기관이 "이왕 본 김에" 계속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답은 명확합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 관련 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원으로부터 그 별도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 정보를 적법하게 압수·수색할 수 있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멈추고, 그 다음 영장입니다. 계속 뒤져서 자료를 모아 놓고 나중에 영장으로 정리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4. 범위를 넘은 압수는 위법수집증거 ― 사후영장으로도, 증거동의로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이 선을 넘어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확보했다면, 그 자료는 어떻게 될까요.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에 대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 점에서 단호한 판시입니다. 첫째, 사후영장으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일단 확보해 놓고 나중에 영장을 받아 형식을 갖추는 방법이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해도 치유되지 않습니다.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증거로 함에 동의합니다"라고 진술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는 그 동의로도 증거능력을 회복하지 못합니다. 절차 위반의 문제를 당사자의 처분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5. 압수가 끝난 '복제본'은 다시 뒤질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의 두 번째 판시는 압수 이후의 문제를 다룹니다. 전자정보 압수 실무에서 수사기관은 저장매체 전체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방식으로 복제한 뒤(복제본), 그 안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유관정보)를 선별해 출력하거나 별도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압수를 진행합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유관정보 선별로 압수가 완료되면,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무관정보)를 삭제·폐기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압수가 완료된 복제본은 더 이상 수사기관의 탐색·복제·출력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혐의의 수사에 필요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열람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출력하거나 복제해 둔 유관정보의 결과물뿐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그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더라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압수·수색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장이 있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입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료는 영장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6. 왜 이렇게까지 엄격할까요

휴대폰 하나에 담긴 정보의 양과 민감도는 과거의 어떤 압수 대상과도 다릅니다. 서랍 하나를 압수하는 것과 달리, 저장매체의 압수는 그 사람의 사생활 전체에 대한 접근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임의제출이라는 형식 하나로 그 전부가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간다면, 영장주의로 지키려던 것이 임의제출 실무 앞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대법원이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일관되게 임의제출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이번 판결에서 사후영장과 증거동의에 의한 치유까지 차단한 것은 그 공백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임의제출이 영장주의를 우회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7. 휴대폰 제출을 요청받았다면 ― 알아두어야 할 것들

이 판결의 법리를 뒤집어 보면, 임의제출 상황에서 시민이 가진 절차적 권리가 보입니다. 임의제출 자체는 수사에 협조하는 적법한 절차이고, 협조할지 여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다만 제출한다면 다음을 알고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제출 범위는 제출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 압수 범위의 출발점은 제출자의 의사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이 기간의 이 대화방"처럼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 내용이 임의제출 확인서 등 서면에 기재되도록 요청하십시오. 범위를 말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정보' 법리가 적용되지만, 처음부터 범위를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다툼을 줄이는 길입니다.
  • 탐색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 과정에는 제출자 측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어떤 정보가 선별되는지 확인하십시오.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 교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 포괄적인 동의는 신중하게 ― "전부 다 보셔도 됩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압수 범위를 저장매체 전체로 넓히는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협조하더라도 범위는 특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십시오 ― 임의제출 여부와 범위의 결정, 탐색 과정 참여, 위법한 압수에 대한 이의는 모두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특히 수사기관이 범위 밖 정보를 탐색하는 정황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기록에 남기는 것이 이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다투는 기초가 됩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둡니다. 이 글은 수사를 회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법이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에 관한 정보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동의로도 살아나지 못하는 만큼, 절차가 적법하게 지켜지는 것은 수사기관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권리를 아는 것과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전자정보 압수의 적법 여부와 증거능력은 제출 경위, 제출자의 의사, 탐색·선별 과정, 참여권 보장 여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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