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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초만 샘플링해도 허락은 두 곳에서 ― 샘플 클리어런스가 필요한 이유

딱 2초 샘플링했는데 허락은 두 명에게 받아야 한다고요? ― 변호사 최우준

좋아하던 곡의 드럼 브레이크 2초를 잘라 내 트랙에 얹었습니다. 원곡 작곡가에게 연락해 흔쾌히 허락도 받았습니다. 이제 발매해도 될까요. 아직 아닙니다. 허락받아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곡의 일부를 가져와 쓰는 샘플링은 힙합·일렉트로닉 음악에서는 하나의 창작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법의 눈으로 보면, 샘플 하나에는 서로 다른 권리 두 묶음이 얹혀 있습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발매했다가 뒤늦게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1. 샘플 하나에 권리자는 둘 ― '악보의 권리'와 '소리의 권리'

음원 한 조각에는 두 종류의 권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첫째, 그 곡을 만든 작곡가·작사가가 가지는 저작재산권입니다. 샘플링과 관련해서는 특히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과, 원곡을 변형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같은 법 제22조)이 문제됩니다. 비유하자면 '악보의 권리'입니다.

둘째, 그 음원을 실제로 연주하고 녹음해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 ― 실연자와 음반제작자가 가지는 저작인접권입니다. 실연자에게는 자신의 실연에 대한 복제권(저작권법 제69조)이, 음반제작자에게는 음반에 대한 복제권(같은 법 제78조)이 인정됩니다. 이쪽은 '실제 소리·녹음의 권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이 별개의 권리라는 점입니다. 같은 2초짜리 소리 조각이라도, 악보를 쓴 사람과 그 소리를 만들어 녹음한 사람의 권리가 각각 따로 성립합니다. 그래서 작곡가의 허락만 받고 음원을 그대로 잘라 쓰면, 저작권 문제는 해결됐어도 저작인접권 침해가 그대로 남습니다. 반대로 음반사의 허락만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 '몇 초만 썼으니까', '비영리니까' ― 면책되지 않습니다

샘플링을 둘러싼 오해 중 가장 위험한 것이 이것입니다. "몇 초만 썼으니까 괜찮다", "돈 받고 파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 "알아듣기 어렵게 변형했으니까 괜찮다."

이런 사정만으로 침해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미미한 이용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드 미니미스(de minimis) 법리와 폭넓은 공정이용(fair use) 항변이 있지만, 한국 저작권법에서 이에 대응하는 공정이용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5)이 실제로 적용되는 범위는 훨씬 제한적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음원을 가져다 새 상업 음원을 만드는 전형적인 샘플링에 대해 이 조항으로 면책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이용한 길이가 아니라 '식별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짧은 구간이라도 듣는 사람이 원곡의 그 부분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2초밖에 안 된다"는 항변은 그 2초가 원곡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일수록 힘을 잃습니다. 미국식 공정이용 감각으로 판단했다가는 한국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샘플링은 대개 원곡을 자르고 변형하는 작업을 수반하므로,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저작권법 제13조) 같은 저작인격권 문제가 함께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여서, 재산권 이용허락과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3. 안전하게 발매하려면 ― 샘플 클리어런스

발매 전에 필요한 허락을 모두 받아 두는 절차를 샘플 클리어런스(sample clearance)라고 합니다. 권리가 두 묶음이니 창구도 둘입니다.

  • 저작권 쪽 창구 ― 작곡가·작사가 본인 또는 그 권리를 관리하는 곳(음악 출판사,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등)입니다. 다만 샘플링처럼 원곡의 개변을 수반하는 이용은 신탁관리 범위 밖이어서 저작자 본인의 동의가 별도로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 관리단체를 통해 처리할 수 있고 어디부터 본인 동의가 필요한지 확인이 먼저입니다.
  • 마스터 쪽 창구 ― 그 녹음물(마스터)의 권리를 가진 음반제작자, 실무상으로는 음반사·소속사·유통사입니다. 실연자의 권리가 음반사에 양도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 관계에 따라 확인 범위가 달라집니다.

양쪽 모두에게, 발매·배포 전에, 서면으로 허락을 받아야 비로소 안전합니다. 이용 범위(곡명·이용 구간·매체·기간·지역)와 대가를 서면에 특정해 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막는 핵심입니다. 창구가 둘이고 권리 관계가 계약마다 다르다 보니, 발매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라면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4. 무단 발매의 대가 ― 책임도 둘입니다

허락 없이 발매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곡에서 저작재산권 침해와 저작인접권 침해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권리자가 둘이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도 둘인 셈입니다.

책임의 종류도 둘입니다. 민사상으로는 침해정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발매된 음원의 유통 중단,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삭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곡에 들인 시간과 비용 전부가 걸린 문제가 됩니다. 형사상으로는 저작재산권 등 재산적 권리를 침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이 둘은 함께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고소 없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40조).

"짧게 썼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시점은 대개 곡이 알려진 뒤 ― 이미 물릴 수 없게 된 뒤이기 때문입니다.

5. 발매 전 체크리스트

샘플을 쓴 곡을 발매할 계획이라면, 최소한 다음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 샘플의 출처를 특정했는가 ― 원곡명, 이용한 구간, 원 음원의 발매 주체를 정리합니다. 샘플팩·라이브러리 음원이라면 그 이용약관이 상업 발매를 허용하는지 확인합니다.
  • 두 창구를 모두 확인했는가 ― 저작권(작곡·작사) 쪽과 마스터(음반제작자) 쪽, 양쪽의 허락이 각각 필요합니다. 한쪽 허락으로 다른 쪽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 허락을 서면으로 받았는가 ― 구두 허락은 범위를 둘러싼 분쟁의 씨앗입니다. 이용 구간·매체·기간·지역·대가를 서면에 특정합니다.
  • 대체 수단을 검토했는가 ― 클리어런스가 어려우면 해당 구간을 직접 다시 연주·녹음하는 리플레이(이 경우에도 저작권 쪽 허락은 필요합니다), 권리 처리가 완료된 샘플 라이브러리 이용 등 대안이 있습니다.
  • 이미 발매했다면 ― 권리자의 연락이나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방치하지 말고 초기에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유통 중단 여부, 합의 조건, 침해 범위에 대한 판단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샘플링의 침해 성립 여부와 책임 범위는 이용된 부분의 성격, 식별 가능성, 계약 관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샘플을 쓴 곡의 발매를 앞두고 계신가요, 아니면 이미 권리자의 연락을 받으셨나요?

샘플 클리어런스 검토와 침해 분쟁 대응은 초기 판단이 결과를 바꿉니다. 음악·엔터테인먼트 분쟁을 다뤄 온 변호사 최우준이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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