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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만 의무가 있는 게 아닙니다 ― 임대차에서 임대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7가지 의무

임대차 상담을 하다 보면 임대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월세 밀리면 내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의무는 전부 임차인에게 있고 임대인은 권리만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임대차는 임대인과 임차인 쌍방이 의무를 지는 계약입니다. 임대인이 자기 의무를 소홀히 하면 임차인은 차임을 깎거나, 직접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이 의무들을 모르면 뜻밖의 분쟁과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됩니다.

1.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 ― 모든 의무의 출발점

임대차의 본질은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입니다(민법 제623조). 단순히 열쇠를 넘겨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실제로 그 용도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후에 설명할 수선의무·방해배제의무는 모두 이 기본 의무에서 파생됩니다.

2. 수선의무 ― 임차인 책임 없는 고장은 임대인이 고쳐야 합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누수가 생기는 등 임차인의 통상적인 사용과 무관하게 발생한 하자는 임대인이 고쳐야 합니다(민법 제623조). 반대로 임차인이 부주의로 물건을 파손한 경우처럼 임차인 귀책사유로 인한 파손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대인이 수선을 미루면 임차인은 직접 수리한 뒤 그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고(필요비 상환청구, 다음 항목 참조), 수선이 안 된 상태로 인해 사용·수익이 제한된 부분만큼 차임감액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자가 커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계약 해지도 가능합니다.

3. 방해배제의무 ― 제3자든 임대인 자신이든 방해하면 안 됩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평온하게 사용하도록 제3자의 방해를 배제할 의무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더 흔한 문제는 오히려 임대인 자신입니다. 사전 통지 없이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막거나, 단전·단수로 압박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임대인의 의무 위반이자 형사상 문제(주거침입, 업무방해 등)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4. 비용상환의무 ― 임차인이 쓴 필요비·유익비를 갚아야 합니다

임차인이 목적물을 유지·보수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민법 제626조). 필요비(보일러 수리비처럼 목적물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는 데 든 비용)는 지출 즉시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익비(붙박이장 설치처럼 목적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든 비용)는 임대차가 종료될 때, 그로 인해 늘어난 가치가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 임대인이 선택한 금액(지출액 또는 증가액)으로 상환합니다.

다만 계약서에 “원상복구 후 반환, 시설물에 대한 비용상환청구권 포기” 특약이 있다면 유익비 상환청구권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문구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5. 계약갱신요구에 응할 의무 ―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습니다

주택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절할 수 없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임차인은 이 권리를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고,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법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 차임 2기 이상 연체, 임차인의 중대한 계약 위반, 임대인(또는 그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등이 대표적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실제로는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임대인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6. 정보제공의무 ― 2023년 신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신설된 의무입니다. 임대인은 계약 체결 전 임차인이 요구하면 선순위 보증금 등 권리관계에 관한 정보를 제시해야 하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 미납 국세·지방세 열람에 동의하거나 납세증명서를 제시할 의무가 있습니다(같은 법 제3조의7). 다세대·다가구 등 선순위 세입자가 여럿인 주택에서 이 정보가 없으면, 임차인은 자기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려 있는지조차 모른 채 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공했다면, 임차인은 계약 체결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사정이므로 계약 취소·손해배상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7. 보증금 반환의무 ― 가장 자주 다투는 의무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대인은 보증금(또는 차임·손해배상 등을 공제한 나머지)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다음 세입자가 구해져야 준다”는 말은 법적 이유가 되지 않으며, 이를 미루면 임차권등기명령·지급명령·보증금 반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룬 적이 있으니, 아래 관련 글에서 절차를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

  • 차임감액청구 ― 수선의무 불이행 등으로 사용·수익이 제한된 만큼 차임을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 비용상환청구 ― 임차인이 직접 수리한 경우 필요비를 즉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 계약 해지 ― 하자가 중대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청구 ―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영업 손실, 이사 비용 등)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보증금 미반환 시 ― 내용증명 → (필요시 임차권등기명령) → 지급명령 → 보증금 반환 소송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런 의무를 처음부터 계약서와 실제 관리에 반영해 두면 분쟁 자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선 범위를 특약으로 명확히 하고, 임차인의 갱신요구·정보제공 요청에는 정해진 기한 내에 서면으로 대응하는 습관이 결국 임대인 자신을 보호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임대차 분쟁은 계약서 특약, 하자의 정도, 통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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