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아직 열두 살인데, 촉법소년이라 아무 일도 없는 거 아닌가요?” 반대편에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데, 그럼 저희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요?” 같은 제도를 두고 정반대 방향에서 오는 두 질문인데, 답은 하나입니다.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촉법소년’이라는 말은 법전에 없는 실무 용어입니다. 정확히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가리킵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부분만 널리 퍼지면서, 아무 절차도 없이 끝난다는 오해가 함께 자랐습니다. 실제로는 형벌만 빠질 뿐, 절차는 형사사건보다 오히려 빠르게 굴러갑니다.
이 글은 그 절차를 나이별로 갈라 정리합니다. 소년보호사건의 전체 흐름과 보호처분의 종류는 소년보호사건과 보호처분 1호~10호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만 10~13세에게만 해당하는 부분에 집중합니다.
나이가 세 갈래를 가릅니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만 14세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소년법이 겹치면서 실제로는 네 개의 구간이 생깁니다.
- 만 10세 미만 ― 형사처벌도, 보호처분도 없습니다. 소년보호사건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보호처분이 진행되던 중 10세 미만으로 밝혀지면 처분은 취소됩니다(소년법 제38조 제2항).
-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 촉법소년. 형사처벌은 없지만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되어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 범죄소년. 형사처벌도, 보호처분도 모두 가능합니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사건의 핵심이 됩니다.
- 만 10세 이상 ― 우범소년. 아직 아무 죄도 짓지 않았지만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성벽이 있고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3호). 범죄 없이도 소년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즉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에서 ‘처벌’은 형벌(징역·벌금 등)만을 가리킵니다. 그 자리를 보호처분이 대신할 뿐, 국가가 손을 떼는 것이 아닙니다.
검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으로 갑니다
성인 사건이라면 경찰이 수사해 검찰로 넘기고,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합니다. 촉법소년은 그 단계가 없습니다.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합니다(소년법 제4조 제2항).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입니다. 검사의 기소유예나 각하 같은 중간 출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체감하는 순서는 대개 이렇습니다. 경찰 조사에 보호자로 동석해 아이의 진술을 듣고, 며칠 뒤 “소년부로 송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얼마 뒤 법원에서 소년부 심리기일 통지서가 옵니다. 그 사이에 법원 조사관의 조사가 들어오기도 하고, 사안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형사처벌이 없다”는 말만 믿고 이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입니다.
보호자나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직접 소년부에 통고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법원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로인데, 통고 역시 정식 보호사건이 되어 보호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촉법소년도 소년원에 갈 수 있습니다
가장 널리 퍼진 오해가 여기입니다. 보호처분 1호부터 10호까지 중에서 나이 제한이 붙은 것은 두 개뿐입니다.
- 사회봉사명령(3호)은 14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습니다(소년법 제32조 제3항).
- 수강명령(2호)과 장기 소년원 송치(10호)는 12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나머지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만 11세 소년에게도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8호)와 단기 소년원 송치(9호, 보호기간 6개월 이내)는 가능합니다. 만 12세가 되면 장기 소년원 송치(10호, 보호기간 2년 이내)까지 열립니다(제33조 제5항·제6항). 형사재판을 받지 않을 뿐, 시설에 수용되는 결과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촉법소년 사건의 처분 수위를 가르는 것은 나이보다 행위의 내용과 재비행 위험, 그리고 보호자의 감호 능력입니다. 같은 나이라도 처음 적발된 단순 절도와, 이미 통고·조사 이력이 있는 상태에서 반복된 폭력은 전혀 다르게 다뤄집니다.
형사처벌이 없어도 돈은 남습니다
피해자 쪽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 아무것도 못 한다더라”입니다. 형사절차에 관한 한 맞는 말이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민법은 자기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면서(제753조), 그 대신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 즉 부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제755조).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부모가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아이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나이라면 어떨까요.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라도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가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 경우에는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755조와 구조가 다릅니다.
정리하면, 가해 소년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배상책임은 오히려 벗어나기 어려워집니다. 형사처벌이 없다는 사실이 배상 협의를 미룰 이유가 되지 않는 까닭입니다. 반대로 가해 소년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 배상과 사과가 소년부 심리에서 처분 수위를 좌우하는 가장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학교 절차는 따로 굴러갑니다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소년보호사건과 별개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고, 여기서 내려지는 조치는 소년부의 보호처분과 별개입니다. 하나가 끝났다고 다른 하나가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두 절차의 시간표가 어긋나 있다는 점도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심의위원회가 먼저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리에서 정리된 사실관계와 진술이 이후 소년부 절차에서 그대로 자료가 됩니다. 학교 단계라고 해서 가볍게 대응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연령 하향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2026년 9월 현재, 형법 제9조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여전히 만 14세입니다. 촉법소년의 범위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그대로입니다. 정부가 형사처벌 면제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폭력 범죄에 한정해 한 살을 낮추는 조건부 하향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형법과 소년법 어느 조문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기사 제목만 보고 “이미 13세로 바뀐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 아닙니다. 다만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법이 바뀌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지금 해야 할 일
촉법소년 사건에서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경찰 송치부터 심리기일까지 몇 주 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 경찰 조사 단계부터 동석하고 기록하세요.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진술했는지가 이후 모든 절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 피해 회복을 가장 먼저 두세요. 사과와 합의, 배상은 소년보호사건에서 처분 수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고, 앞서 본 대로 민사책임은 어차피 부모에게 남습니다.
- “이렇게 바꿨다”를 문서로 만드세요. 상담·치료 연계, 생활 규칙, 부모의 근무시간 조정, 전학 여부까지. 다짐이 아니라 이미 시행한 변화를 적어야 합니다.
- 학교 절차와 소년부 절차를 함께 관리하세요. 한쪽에서 한 말이 다른 쪽에 그대로 옮겨 갑니다.
- 보조인 선임을 검토하세요. 변호사를 보조인으로 선임할 때는 판사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소년법 제17조 제2항). 보조인은 기록을 열람하고, 심리에 출석하며, 유리한 사정을 의견서로 정리해 제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촉법소년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인가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입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도 받지 않고, 만 14세부터는 형사처벌도 가능한 범죄소년이 됩니다.
Q. 촉법소년도 소년원에 갈 수 있나요?
갈 수 있습니다. 나이 제한이 붙은 처분은 사회봉사명령(14세 이상), 수강명령과 장기 소년원 송치(12세 이상)뿐입니다. 만 11세도 단기 소년원 송치(보호기간 6개월 이내)를 받을 수 있고, 만 12세부터는 장기 소년원 송치(2년 이내)도 가능합니다.
Q.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면 손해배상도 못 받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 감독의무가 있는 부모가 배상책임을 지고(민법 제755조),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가 배상책임을 집니다.
Q. 촉법소년 연령이 13세로 낮아졌다던데 사실인가요?
2026년 9월 현재 형법 제9조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만 14세 그대로입니다. 하향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년 사건은 나이, 행위의 내용, 환경과 피해 회복 정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며, 관련 법령은 개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